<국토종주 제주환상 자전거길 1일째> 용두암에서 신도2리까지 라이딩하면서 볼거리, 먹거리에 스며듦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을 종주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간다. 공항에 도착하니 미리 자전거를 예약해놓은 곳에서 픽업을 하러 온다. 자전거 빌리는데 1인당 6만원이다. 둘이 2박 3일에 12만원이 든다. 함께 차를 타고 자전거가 준비된 곳으로 간다. 간단하게 인적 사항을 적고 라이딩할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시작점인 용두암에 도착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234km로 순환노선이다. 시간은 1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2박 3일을 잡고 시작한다. 전체 코스는 용두암~다락쉼터~해거름마을공원~송악산~법환바당~쇠소깍~표선해변~성산일출봉~김녕성세기해변~함덕서우봉해변~용두암으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시간의 여유를 좀 더 가지고 관광도 함께 겸하면서 라이딩을 하려고 한다. 첫째날이라 조금 짧게 코스를 잡는다. 1일째 용두암~다락쉼터~해거름 마을공원~숙소(신도 2리 제주엔 펜션)까지 코스로 정한다. 라이딩을 하다가 숙박을 하여야 하기에 각각 소지품(휴대폰, 현금, 카드, 옷, 물, 간식 등)을 넣을 수 있는 배낭을 준비해서 자전거에 싣고 가벼운 것은 어깨에 메고 라이딩을 한다.
용두암을 제일 처음 접할 때가 신혼여행 왔을 때이다. 그때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이라 신기한 것이 많았다. 그 당시 용두암에 해녀들이 나와서 산낙지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해 준 기억이 난다. 낙지를 난생처음 먹는데 살아서 꿈틀거리면서 입천장에 붙지 어디 안 붙는 데가 없어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잘 먹는다. 그 기억이 생생하여 제주도 올 때마다 와서 낙지를 먹곤 한다. 매 번 와서 먹어보지만 그때 그 맛은 나지 않는다. 첫 기억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이곳에서 자전거를 탄다. 감회가 새롭다.
용두암은 검은 현무암으로 태고적부터 형성된 바위로 흑룡을 상징하며 예부터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용두암에서 간단하게 소원을 빌고 라이딩을 시작한다.
돌하르방을 지나면 라이딩이 시작되는 시작점이다. 돌하르방의 심사를 우린 무사히 통과하고 제주환상자전거길 1일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제주도에서 자전거길 종주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많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는다. 드디어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2박 3일 동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잘 해내야겠다는 각오와 주변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등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출발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관광안내도도 잊지 않고 챙긴다. 라이딩을 하든 관광을 하든 안내도는 기본으로 숙지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알고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다.
라이딩할 때는 배가 고프면 안 된다. 그래서 식사 때가 되면 밥을 잘 챙겨 먹는다. 배를 든든하게 해야 자전거를 신나게 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라이딩을 하는 목적 중에 맛집을 찾아서 맛난 것을 먹는 것 또한 중요한 순위로 정해놓았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라이딩을 하는 것이기에 배를 곯면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라이딩하는 곳에 있는 맛집을 찾아서 간다. 여건상 그렇게 안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거기에 맞게 식사를 한다. 해변을 따라 라이딩을 하는데 전복죽, 갈치조림, 전복탕 등 육지에서 잘 볼 수 없는 메뉴가 흔하게 눈에 들어온다. 첫날이라 잘 모르기도 하고 자전거를 계속 타야 하기에 가볍게 먹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전복죽과 전복탕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제주만의 특유의 밑반찬과 해물들의 향을 한껏 느끼며 맛나게 먹는다. 라이딩할 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배를 채우고 다락쉼터까지 쉬지 않고 라이딩을 한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신나게 자전거 페달를 밟는다. 해안가로 달리는데 푸른 바다가 쉬어가라고 손짓하여도 우린 목적지가 있어 그냥 간다고 하면서 몇 번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나간다. 바람을 가르며 향긋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쉬지 않고 라이딩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다락쉼터에 닿는다. 쪽빛 바다가 물밀듯이 품 안으로 들어온다. 가슴이 확 트이는듯하다. 저 멀리 보이는 애월항이 우리에게 잘 왔다고 반긴다.
자전거를 세우고 해풍을 맞으며 긴 숨을 뽑아낸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다보니 모든 것이 탄탄대로가 될 것 같은 아련함이 밀려온다. 애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멋을 여기 다락쉼터에서 만난다.
제주환상 자전거길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는다. 또 하나의 뭔가를 해낸 것 같은 자부심이 생긴다. 가슴이 뿌듯해진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 제주도에서 라이딩을 한다는 것이 더욱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바다 건너 애월항이 눈에 들어온다. 라이딩할 때 뿌리치고 다락쉼터에 바로 오기를 잘했다 싶다. 주변의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직접 와서 보면 저절로 빠져든다. 주변에 새별오름이 있는 곳을 알면서도 가지 못하여 아쉽다. 다음 기회에 시간을 더 책정해서 오면 꼭 가보고 싶다. 새별오름에 직접 가지 않았지만 다락쉼터에서 쉼표 찍고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을 담아간다.
다락쉼터에는 '애월읍경은 항몽멸호의 땅'이라는 비가 있다. 양쪽에 두 장군의 동상도 함께 한다. 왼쪽은 1374년에 항몽멸호를 이끌어낸 최영 장군이고, 오른쪽은 1273년에 마지막까지 항쟁하다 자결한 김통정 장군이다. 장군들의 늠름한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락쉼터에서 가만히 귀기울이면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잠자는 바다를 깨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다가 뒤척이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 소리에 내 안의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주변에 항파두리 유적지가 있는데 우린 거기도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다. 또 다음을 기약한다. 아쉬움이 손에 잡힌다.
제주에 가면 해녀동상을 흔하게 만난다. 해녀상을 보고 있으면 해녀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제주만의 특별함이 주는 특유의 만남이 주어진다.
다락쉼터에 가면 그냥 머물고 싶다. 아무리 바빠도 쉬어가고 싶어 진다. 벤치에 앉기만 해도 편안해져 온다. 멀리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겨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현무암 사이로 방풍나물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 눈도장을 찍는다. 우리 보고 잘 왔다고 인사하는듯하다. 마알간 햇살이 내려와 앉아 방풍은 따뜻해서 좋고, 햇살은 방풍이 푸른 웃음을 주니 좋다고 한다.
다락쉼터에서 에너지를 충전하여 해거름 마을공원에 도착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해거름 마을공원 인증센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는다. 첫째 날 마지막 인증을 받는 곳이다. 이제 숙소에 가서 여정을 풀면 된다.
해거름전망대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세워놓고 들어간다. 카페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청보리미숫가루에다 마카롱까지 곁들여서 먹는데 정말 맛난다. 미숫가루를 먹는데 맛있어서 술술 넘어간다. 고향집 엄마가 타주는 그 맛이다. 마카롱 맛도 너무 달지도 심심하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웰빙스럽게 맛난다. 카페 주인이 친절하게도 마카롱을 먹으면서 우유를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우유 두 잔을 서비스로 가져다준다. 해거름전망대 카페 분위기도 괜찮고 커피맛도 좋고 주인도 친절해서 다음에 또 들리고 싶다. 쉼표를 찍고 가고 싶다면 꼭 한 번 들리면 좋겠다.
카페 안에서 멀리 보이는 풍차를 카메라에 담는다.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바다의 몸짓을 한 눈에 담고서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눈다. 해피한 시간은 계속 이어진다.
햇살이 바다에 내려와 풍차를 응원하니 풍차가 신이 나서 점점 신나게 바람을 일으킨다. 반짝이는 물결에 한참을 눈을 돌리 수 없어 그대로 머문다.
해거름마을 종합안내도이다. 해거름 마을을 탐방하려면 안내도를 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우린 숙소를 신도 2리에 정해놓아서 그쪽으로 향한다. 해거름 마을에서 쉬고 싶은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옮긴다.
해거름 마을에서 신도 2리 숙소까지 가는 길목에서 저녁을 먹기 위한 예약을 하기 위해 잠시 쉼표를 찍는다. 멀리 보이는 섬이 차귀도이다. 바라만 보고 가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차귀도는 옛날 호종단이라는 중국 사람이 장차 중국에 대항할 형상을 지녔다하여 이 섬의 지맥과 수맥을 끊어 놓고 돌아가려 하는데 갑자기 한라산신이 날신 매가 되어 날아와서 이들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고 해서 차귀도라는 이름이 전해오고 있다. 차귀도는 섬 자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석양이 연출하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관광객들이 늘 이어진다고 한다. 다음에 꼭 들러보고 싶다.
드디어 우리가 묵고 가야할 신도 2리에 도착한다. 발을 들여놓기만 했는데 편안함이 다가온다. 고향에 온 듯 푸근해진다. 신도 2리에 대해 자세한 부분은 여행.맛집 '하멜표착지 신도 2리 해변에 반해 호사를 누림'을 참고하면 된다.
하멜 일행의 표착지이다. 생각지도 못하고 왔는데 하멜표류기 책에서 만난 분들이 표착한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니 행운을 만난 듯 반갑다.
신도 2리 해변가는 그저 머물고 싶다. 여기는 고래들이 지나가는 곳이라 운이 좋으면 고래떼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고래를 만나기 위해 해변가에 서서 바다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거름 마을에서 숙소로 오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예약한 연희원이라는 식당이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꽃들이 우릴 반긴다. 구석구석 사람 내음이 난다.
연희원 정식을 먹는다. 음악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정갈한 상차림이 정말 먹음직스럽게 한다. 음식이 모두 간이 잘 맞고 맛난다. 다시 오고 싶어 진다.
저녁을 맛나게 먹고 해변을 따라 숙소까지 산책을 한다. 마을이 조용하면서 정적이라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청년시절 남편과 데이트할 때 나란히 손잡고 거니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조용한 여유를 맞이해서 해피한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미쁨 제과에서 빵을 구입한다. 미쁨 제과에서 빵을 잘 만든다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그다음 날 일찍 라이딩을 하기 위해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구입한 것이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서 여정을 푼다. 우리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제주엔펜션이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가 사용하기에 편하게 잘 되어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오션뷰가 정말 좋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래가 지나가면 방 안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룻밤 요금은 7만8천 원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친절하다. 식당과 빵집 모두 소개해주시고 우리가 궁금한 것을 잘 알려준다. 신도 2리 해변에 간다면 다시 들리고 싶다. 덧붙이자면 거기서 바비큐 파티를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