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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한 세월

담그고 또 담아

발효되어 따스함이 배인 자리

 

엄마와 함께

살볕 아래 앉아

속살대던 소리에

바람도 숨을 죽이고

기웃거리며 드나들어

살아 움직이던 날들

새초롬히 피어나던 곳,

 

그곳에는 지금

갈색빛 얼굴로 반기던 간장

누런빛을 자랑하던 된장

부끄럼을 타듯 빨개진 고추장

기다림에 지쳐

시커멓게 멍울지고

 

말라 삐틀어져 맥을 놓은 채

그들만의 언어로

엄마를 이야기할 뿐

 

치맛자락 펄럭이며

세월을 보듬고 또 보듬던 엄마

보이지 않고

 

반지르르 윤이나

빗방울도 빗겨가던 장독대 간데없이

깨진 뚜껑들 사이로

거미줄만 얼기설기 얽혀

닿지 않는 엄마의 손길 기다리며

그리움만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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