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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찍기 좋은 곳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숨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쉼표를 찍을 때가 많다.

 

거기에 나와서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작성한 글이다.

 

 

숨공원 앞에 있는 다리

 

 

숨공원은 언제든 찾아가도

말 없이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곳이다.

 

누구든 이곳에서는 

환한 얼굴로

일상을 잊은 채 

편안하다.

 

쉼표을 찍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숨공원에 있는 수달 석상

 

 

숨공원

 

침산교 언저리 양지바른

그곳에 가면 갈대가

노란 웃음지으며 손짓한다

 

발길 저절로 머물고

자전거 바퀴마저 머무는

그곳에는 갈대가

따스한 품을 내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갈대의 지지에 스며들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름진 삶이 펴지고

노란 웃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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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북풍에 휩쓸려 날아든 불똥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여기저기 불을 지펴

화염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너도나도 코와 입을 가리고

가자미 눈으로 돌아서는

냉랭한 공기를 마시며

멀리 떨어져서

잿빛 같은 날들을 보낸다

 

지구 저편에서는

우왕좌왕 불똥만 튀기다가

생때같은 목숨 이승을 하직한다

뒤늦게 발바닥에 불붙어

껑충껑충 날뛰며

달구벌처럼 하잔다

 

세상이 들썩들썩

눈먼자들의 사재기 공세

흉흉한 인심에 웅성웅성한다

굴하지 않고 묵묵히

화염을 지우는 달구벌

고군분투 50여일 불길이 잡히고,

 

화염으로 시커멓게 물든 날들 지우며

단장하고 화려한 외출 준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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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한 세월

담그고 또 담아

발효되어 따스함이 배인 자리

 

엄마와 함께

살볕 아래 앉아

속살대던 소리에

바람도 숨을 죽이고

기웃거리며 드나들어

살아 움직이던 날들

새초롬히 피어나던 곳,

 

그곳에는 지금

갈색빛 얼굴로 반기던 간장

누런빛을 자랑하던 된장

부끄럼을 타듯 빨개진 고추장

기다림에 지쳐

시커멓게 멍울지고

 

말라 삐틀어져 맥을 놓은 채

그들만의 언어로

엄마를 이야기할 뿐

 

치맛자락 펄럭이며

세월을 보듬고 또 보듬던 엄마

보이지 않고

 

반지르르 윤이나

빗방울도 빗겨가던 장독대 간데없이

깨진 뚜껑들 사이로

거미줄만 얼기설기 얽혀

닿지 않는 엄마의 손길 기다리며

그리움만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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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은 누군가 찾아와 노크하듯 창문위로 빗방울이 맺힌다. 나도 모르게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얼른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탄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 온 집안 가득 그리움의 향기로 물들인다. 고종황제가 처음으로 마셨다는 커피가 세월을 뛰어넘어 내 손에 들어온다. 창가에 기댄 손위에 피어오르는 커피 향. 지난날의 추억들을 들춰낸다.

 임신 중에도 하루 세 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허전하다던 친구.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은근히 태어날 아이가 걱정된다면서도, 빠지지 않고 커피잔을 들고 있던 친구의 얼굴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찾아온다. 아이가 태어날 때 까만 얼굴로 태어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늘 손에 들린 커피잔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친구의 아이는 뽀얀 얼굴을 한 아들이었다.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커피와 벗을 삼을 친구가 주룩주룩 비가 내릴 때면 유난히 보고파 나 역시 한 잔의 커피로 그리움을 달랜다.

 시집살이 고달플 때마다 마시던 커피가 이제 친구가 되어 버렸다는 손아래 동서. “형님 저는 커피 향을 맡으며 지내는 시간이 짧지만 나를 행복하게 한답니다.”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서만이 낼 수 있는 진한 특유의 커피 향을 낸다. 시댁에서 아무리 바쁜 일을 하다가도 커피가 생각나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형님! 우리 커피 한잔하고 합시다.” 하고 재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면 동서는 얼른 어머니께로 다가가 어머니예 어머니도 커피 한 잔 하실랍니까?” 하고 연신 애교를 피운다. 어머니께서는 아이구 야야, 나는 그 코피인지 뭔지 써서 못 먹는데이, 니거나 맛있거든 많이 먹고 하던 일이나 해지기 전에 얼른얼른 끝내거라.” 하신다. 그럴 때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마시던 그 커피가 왜! 그리도 달콤하던지. 짜릿함마저 들어 한잔 더 하고 싶다는 아쉬움을 꿀꺽 삼켜야 했다. 그런 마음이 어디 동서만이 들었을까. 주부라면 바쁜 일상을 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우린 커피를 더 즐겨 마시는지도 모른다.

 동서의 이마에도 10년이란 결혼생활의 흔적이 그려져 있지만 커피향처럼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형님 할 때는 더없이 흐뭇해진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버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설거지가 어느 정도 끝날 무렵 커피를 신청하신다. 그럴 때마다 마지못해 인상을 찌그리시며 한 두 모금 드시던 어머니. 손님이 오실 때면 술상 아니면 과일을 내놓는 것이 전부였던 시댁이었는데, 요즈음은 야야, 오늘은 코핀지 하는 것 그것 한잔 가오너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 덕에 남은 물로 한 잔의 커피를 나누며 조금 전의 힘겨움을 씻어낼 수 있어 좋다.

 기호 식품으로 우리 문화에 깊숙이 파고든 커피. 그윽한 향기는 코를 아리게 하고 마음마저 넉넉하게 해준다. 지난날 연인과의 사랑은 한 잔의 커피를 나누면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어오르는 커피 향 사이로 상대의 마음은 열리고 쉬이 접근하기 어렵던 상대도 커피나 한자 합시다.”로 시작된 커플이 어디 한 둘이라야지. 누구나 가슴에 묻어 둔 소중한 추억이 있듯이 내게도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커피 향 같은 그런 추억 하나 존재한다.

 코스모스 피던 어느 날 어디선가 날아오던 커피 향에 이끌려 만났던 사람. 코스모스 꽃만 보아도 눈물이 난다던 그 사람. 정갈한 차림에 까만 양복을 즐겨 입었고,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였던 사람.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우릴 그냥 두지 않았기에······. 그 사람은 없어도 여전히 나와 함께 하는 한 잔의 커피. 쓰라린 가슴을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해마다 코스모스 꽃은 피고 우리를 부르는데,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 그리움이 되어 흐르던 날도 나는 여지없이 커피잔을 들고서 아름다웠던 지난날의 추억에 기대곤 한다.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피는 코스모스 꽃을 보면 덩달아 눈물이 날 것 같아 블랙으로 마시던 커피 한 잔.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더없이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80년대 그리도 많이 찾던 다방. 특별히 갈 곳이 없을 때,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친구와의 약속이 있을 때, 한 잔의 커  피를 시켜 놓고 좋아하는 곡목과 D.J 아저씨께 한 말씀 올리고 시간을 보내곤 하였을 때도 어김없는 친구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던 커피 향에 취해 허전했던 마음 언저리는 어느새 넉넉해 오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기까지 했다. 그렇게 알게 된 커피는 이제 헤어질 수 없는 친구로 자리매김한다.

거리를 지나다가도 커피 향이 은은히 배어 있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 눈에 띌 때도 나도 모르게 발길이 옮겨진다. 나만의 사색을 위하여 다가오는 커피 향. 언제까지나 문학소녀이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주기에 난 커피와 함께 한다. 한 잔의 커피로 수많은 만남을 만들고 추억을 엮어간다.

 간혹 몸에 좋지 않으니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삶처럼 적절하게 넘치지 않고 적당하게 즐길 줄 안다면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어디에다 비할 수 있으랴. 한줄기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주워 담기에도 그만이다. 한 잔의 커피로 가쁜 세월을 쉬어가게 하고, 여유를 즐길 줄 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나는 커피 마시기를 좋아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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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고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곳 당신의 흔적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몸짓 하나 말 한마디 하나하나 되살아와 그리움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이 보고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을 어찌하오리까

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가 이리도 클 줄 몰랐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그리워 길을 걷고 또 걸어 보았습니다

소리도 질러 보았습니다

그러다 가만가만 불러보기도 합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계실 것 같았는데 당신은 가고 없습니다

당신의 자상한 모습은 사라지고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아버지 다시 한 번 불러봅니다

불러도 불러도 자꾸만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

당신은 우리들에게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갔습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가 너무 커서 채울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가고 없지만 내 마음속에 자리한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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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다림은 설레여 온다

오랜 기다림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세월에 묻힌 기다림은 망신창이가 된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련함이

목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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